종내기 어릴적...

소죽 끓이기

울산 종내기2 2006. 11. 24. 02:51

         <벽이며 서까래가 새카맣게 그을린 소죽 솥ㅎㅎㅎ>

 

날씨가 추워지니 어릴적 소죽 끓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소가없으면 농삿일을 못하니 여느집 없이 보물1호였다.

사람은 굶어도 소는 꼭 먹이던 시절...

 

똥바가지 덮어쓰고 총싸움하고 긴 칼 옆에차고 칼싸움하며 놀다가도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걸리고 집집마다 저녁 밥 짓는 연기가 피어 오를때쯤이면

소죽 끓이는 담당은 대부분 우리들 몫이라 누가 시키지않아도 소죽을 끓이려 집으로 갔었지. 

 

우선 짚빼까리에서 낟가리 서너단 빼고 고구마 쭐거리 조금하고 갖고와서

작두로 썰은 여물을 소죽 솥에 넣고(이놈의 작두에 손가락 잘린 사람이 마을마다 몇몇은 다 있었지)

콩깍지에다가 등겨 조금가져와 여물위에 뿌리고 부억뒷문에 엄마가 설겆이며 쌀 씻은 물을 모아둔

구정물을 소죽솥에 붓고는 불을때기 시작하지...

 

요즘 산에 가면 낙옆이 쌓여 침대쿠션 저리가라지만 우리 어릴적에는 조석(朝夕)으로 산에가서

나뭇잎을 긁어왔기 때문에 왠만한 집 마당보다도 더 깨끗했었지.

특히 소나무 잎은 솔깝이라해서 제일 인기가 많았지.

그 솔깝 불쏘시게에 다왕(성냥)으로 불 붙여 산에서 베어온 물거리를 무릎으로 툭 분질러

밑불 만들어서 장작에다 불을 붙여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지.

코를 땅에다 처박고 후후 불어가며 지극정성을 다하는데 어쩌다 마파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연기를 덮어쓰고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어찌어찌해서 장작에 불이 붙고 불과의 전쟁이 끝나면 그때서야 

옆에 갔다놓은 제 덩치보다 큰 밧데리를 고무줄로 엮어 업은

라디오를 켜고 그때 인기 좋았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를 들었지.... 

통나무 장작이 거의 다 타고 알불이 되어갈쯤 소죽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그때는 그 냄새가 어찌그리 구수하던지...

어질러진 아궁이앞을 빗자루로 쓸어 불씨가 날리지 않도록 깨끗이 청소하고

알불에 고구마를 넣고 구워 먹으면 그 맛이란 지금 먹어도 맛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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