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집집마다 한 두개씩 꼭있었던 다용도 참빗>
텔레비전에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를 보면 짐승들이 상대방에 대한 유대감의 표시로
피부에 붙은 진드기 같은 것도 잡아주고 털도 골라주고 하는 장면을 많이 본다.
그런 장면을 볼때마다 우리 어렸을적 생각이 나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때는 머리나 몸에 이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주 흔한게 이였다.
이라는 놈이 온 몸을 기어 다니면서 피를 빨아 먹으면 간지러워서 벅벅 긁고...
뒷간에 앉아 볼일 볼때도 앉아 노니 염불 왼다고 빤쮸의 바느질 틈새에 숨어있는
이를 찾아내서 손톱으로 톡톡 잡곤 했었지.
특히 많이 숨어있는 곳이 머리다
남자들이야 머리가 짧아서 덜 했지만
머리가 긴 여자애들의 머리엔 특히 많았다.
자매 지간에 원숭이들이 서로의 털고르기를 해주듯 서로의 머리에 있는
이를 잡아주기를 하고 나이 어린 계집아이들은 엄마나 나이많은 언니앞에 줄을서서
머리의 이를 잡아줄 차례를 기다리고...
이때 요긴하게 쓰이는 게 참빗이다.
머리를 감고난뒤 벽에 걸린 달력을 방 바닥에 펼쳐놓고
펼쳐진 달력 종이위에 머리를 대고 참빗으로 한 번 쓰윽 훑고나면
이가 후두둑(?ㅎㅎ) 떨어진다.
떨어져서 기어다니는 놈들을 손톱으로 톡톡 터트려 죽이고...
내 어렸을적 새벽 첫 닭 울음 소리에 일어나신 할머니께서 세수를 하시곤
자고 있는 내 머리맡에 앉으셔서 흐트러진 머리칼을 쪽지어 올리실때
꼭 필요한게 참빗이었다.
또 중요한 모임이나 장에 가시는 날 동백 기름 바르시고
마무리를 하실때에도 참빗으로 하셨지.
그렇게 머리를 빗으시며 빠진 머리칼은 한 올도 버리시지 않고
모아 두셨다가 주기적으로 동네에 들리는 보따리 방물장수
아지매한테 파시곤 하던 기억이 난다.
추억속에 만 존재하는
돌아가고픈 일상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