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가 설날이다.
설날이면 아스라히 떠오르는 몇가지 추억들.
농사 지으며 살던 시절이라 겨울이면 농한기라 별다른 일거리도
없고 요즘처럼 집안에서 가스레인지로 불도 마음대로 쓸수없고
찬물 더운물 골라서 콸콸 털어놓고 설거지며 목욕도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시절.
안방 한켠에 차롓상에 올릴 나물 준비차원에서 콩나물 시루가 놓여지면
바야흐로 설 명절은 시작 된거나 마찬가지였다.
콩나물 시루에 물주는 당번은 딱히 정해진게없다 그저 들락 날락,
생각 날때마다 수시로 물을줬다.
부지런히 물을줘서 콩나물 시루속의 콩에서 싹이 돋아 날 때 쯤이면
박상 튀기는 아저씨가 동네별로 돌아다니며 출장을 나와서 박상을 튀겼다.
튀밥 장수가 동네 공터에 자리를 잡으면 집집마다의 형편에 맞게 튀길거리와
함께 튀길 양 만큼의 장작도 함께 가지고 가야한다.
삵으로 돈 대신 쌀이나 보리쌀로 주기도하고 했었다.
어린 우리들은 박상 튀길때의 그 고소함에 환장하고 뻥하고 튀길때의 소리에
놀라면서도 재미있어하고 떨어진 튀밥 줏어먹는 재미로 신났었지.
그렇게 튀겨진 튀밥은 우리들의 중요한 간식거리이기도 했었지.
요즘도 가끔씩 튀밥을 먹어보지만 그때 먹어본 그 맛이 나질 않는다.
튀밥이 튀겨지면 우리 할머니께서는 조청을 집에서 직접 고으셨다.
조청을 고으셔서 제일 먼저 할아버지께 맛 보시라며 드리면 턱 밑에서
할아버지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면 할아버지는 우리 먹으라며 주신다.
그렇게 만든 조청으로 박상을 집에서 직접 만드셨다.
그 조청에 떡을 찍어먹으면 살살녹는다...
설에 얽힌 추억이 먹는것 뿐이랴
대목 장 보러가신 엄마의 보따리 속에 따라와서 장롱속으로 들어간 설빔을
생각하면 잠이오지 않는다.
육남매라 설빔이래야 비록 위,아래 한벌이 안되는 옷이지만 새 옷이 생긴다는
설레임이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어렵고 힘든 시절의 배고픈 얘기를 듣던 딸이하는 말
"아빠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지"라고 말하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와진
요즘 아이들에겐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 우리세대들 만이 공유하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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