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는 주 금요일 아침이다.
퇴근(산엘 가야 하는데 가 정확한 표현이겠지)을 해야겠는데 비가 내린다.
그래도 산행을 포기할 수 는 없는 일
퇴근하면서 집으로 가지않고 석남사쪽으로 차를몰았다
밤새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아마 가지산에는
눈이 내렸을거란 예감이 들었다.
언양 가까이 갈수록 비는 더 내리는데 멀리 신불산쪽으로 자꾸 눈이간다
정상부근에는 하얗게 눈이 내려있었다.
그럼 그렇지 내 예감이 적중했다. 속으로 야호를 외친다.
마누라 전화와서 이렇게 비오는데 어딜 가느냐며 집으로 돌아오란다.
정상에 눈이 하얗게 내려있는 걸 봤는데 당신 같으면 돌아가겠느냐고
반문하고 신나게 달려 석남사에 도착했다.
석남사 주위풍경은 전형적인 늦 가을 풍경 인데 반해 가지산 정상 부근에는
눈이 내려 묘한 대조를 이뤄 흥분된다 그것도 첫 눈 이니 더하다.
첫 눈!
이 첫 눈 이란 단어 자체가 사람들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거 같다.
무슨 사연 제조기 같다는 생각이든다.
첫 눈 에 사랑을 만들고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 만큼이나 미움 또한 싹트게 할것이고...
첫 눈에 가슴 아려 한숨 시린 눈물 흘리는 이 부지기수 일 것이고
첫 눈에 가슴 설레이는 약속으로 잠못드는 이 또한 부지기수 일 터
그 많은 사연들...
쌓이는 눈속에 묻혀져있다.
올해들어 19번째이니 부지런히도 왔었던 어머니 품속 같은 산 이지만 올때마다 새롭다
그래도 첫 눈 오는 날 산행은 처음이니 가지산 신령님이 선물을 주시는가 보다.
올려다보니 중봉에도 눈이 내려 하얗다.
흥분된 기분 그대로 산행 시작이다
얼른 눈을 밟아볼 생각에 중봉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섰다.
하루 2~4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은지 달포쯤 되었다.
이때 금연 효과가 역력히 나타난다.
역시 금연은 성공작이란 생각이든다.
가뿐히 올라선 중봉의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엔 눈꽃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연신 셔터를 눌러 사진기에 담고 정상으로 출발이다.
정상과 중봉 중간지점인 안부에서 하산길 인 수염을 기르신 연세 지긋하신 산객 한 분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몇마디 나누는데 연신 싱글벙글이시다. 천황산으로 가다 눈이 내린 걸
보고 올랐는데 정상부근의 멋진 상고대도 사진에 담았다면서 기분이 좋으신 모양 덩달아 내 까지
기분이 좋다.
바로 정상으로 치달아 정상석 앞에서 오디오는 되는데 비디오가 안되는 못생긴 얼굴 누가 볼새라
얼짱 각도 잡아 얼른 한방 찍고...
구석진 자리를 잡고 따끈한 커피 한 잔하고
내려오는 하산 길 기분이 끝내준다.